두번째주 월요일, 오늘은 윤주와 만났다. 원래는 대학교 4년 내내 붙어다녔던 윤주, 나연이와 화요일에 만나기로 했었고, 낮에 윤주와 먼저 만났다가, 회사를 다니는 나연이는 저녁에 조인하기로 계획했었는데, 윤주와 낮에 가기로 했던 ‘종묘’가 화요일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막판에 알게 되어, ‘종묘행’은 오늘로 당기기로 했다.

6년전 한국에 왔을때, 윤주나 내가 비슷한 시기에, 고궁들과, 우리가 잘 몰랐던 강북 지역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어 반가웠고, 찰떡궁합이 되어 창덕궁 후원, 덕수궁, 북촌 등을 같이 다니며 시간을 보내면서, 다음엔 꼭 ‘종묘’를 가보자고 얘기를 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종묘는 평일엔 Group Tour 만 가능해서, 윤주가 11시 반 예약을 해놨고, 우린 10시 반에 먼저 만났다. 커피 먼저 잠깐 마시자 해서 take out 을 하는 가 했더니, 마침 근처인 익선동 골목의 카페로 인도했다. 엊그제 광화문 회동 때 걸어서 지나가긴 했지만, 줄이 너무 길어 입만 다셨던 그 유명한 ‘소금빵’ 베이커리!! 😀

종로 3가 역에서 만났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윤주나 나나 평소에 자주 전화나 문자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거의 연락없이 지내면서도 만나기만 하면 몇년만이 되었든, 늘 언제나 같은 느낌, 한결같은 래포, 몇마디 만으로도 통하는 대화!!

만나자마자 할 말이 쏟아져서, 이말 저말 서두 꺼내다가 커피고 빵이고 못 먹고 일어나게 될 것 같아 얼른 먹고 들이키다가, 다시 또 초스피드로 말하다가….. (만나면 이러면서도 평소에 통화 한번 안하면서 지내다니. ㅎㅎ 아마 한번 전화하면 끊을 수 없다는 걸 알아서 차마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

어느새 종묘로 이동해야 할 시간이라 서둘러 일어나 거의 뛰듯이 걸어갔다. 둘다 길치인 데다 와본 곳도 아니기에, 바로 코 앞인 것은 분명한데도 방향 찾으며 또 어리버리 하다가 겨우 시간맞춰 도착했다.

종묘 입구. 뒤에 보이는 산과 함께 풍경이 참 멋지다.

종묘는, 위키피디아를 참조하면, ‘종로구 훈정동에 자리한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 및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神主)를 모신 조선 왕실, 대한제국 황실의 유교 사당. ‘종묘사직‘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전제왕조 당시 왕실과 나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 중 하나.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건물인데, ‘건축의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많은 현대 건축가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으며 종묘의 뛰어난 건축적 가치는 동양의 파르테논이라 칭하여지고 있을 만큼 건축사적 가치가 크다’고도 한다.

이런 저런 의미도 크지만, 우린 그저 이름만 들어봤던, 여기저기서 인용이 되는 ‘종묘’를 직접 보고 싶어서 갔다. ^^ 그룹 투어라 천천히 음미할 시간은 없었지만, 대신 여러가지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 곳에서 설명 듣자마자 장소 옮기고 하는 바람에 시간이 빠듯한 와중에도 서로 틈틈히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이번에 보니 삼성 폰 사진이 훨씬 더…선명하고 잘 나오는 듯 했다. 하하. (마치 필터라도 쓰는 듯이 얼굴도 화사하게 나오고 신기하더만)

메인 건물인 정전은 몇년째 리모델링 중이라 아쉽게도 직접 볼 수는 없었다. 대신 추가로 지어진, 별관(?)격인 영년전 – 전반적인 공간 구성은 비슷한 – 을 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간단히 말하면 ‘조금 덜 중요한 임금들’의 위패가 모셔진 곳이라고. 워낙 건물이 옆으로 길어서 일반 카메라로는 다 담기도 힘들어, 사진이 중간만 뚝 잘라 찍히다 보니 사진으로 보면 건물의 맛이 살진 않는다. 아쉽..

↙️ 사당에서 이렇게 크게 웃어도 되는 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소리를 줄여서 웃었을 것이다. ^^;;

이 돌길은 왕이 지나가는 길인데, 가운데 길은, ‘신로’라고 하여 왕의 영혼(?)이 걷는 길이라 절대 밟으면 안됐었다고 한다. 지금도 예의상 밟지 않는다고. 그리고 양쪽은 왕과 세자가 걷던 길. ⬇️

한시간의 투어를 끝내고 나와 점심 먹으러 <삼청동 수제비>에 가기로 정한 뒤, 어떻게 이동할까 하다가 그냥 걷기로 했다. 시간을 다투는 것도 아니니 대강 방향만 생각하고 무작정 걸었다. 대화에 열중하는 바람에 어떤 길로 걸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중간중간 봤던 landmark 같은 건물들을 보며 추측만 할 뿐이다. 대충 크게 보면 이 방향으로 ⬇️ 걸은 것 같은데, 중간에 왔다리갔다리한 디테일은 모르겠고…🤣 거의 처음 걸어보는 길들이어서 새롭고 재밌었다.

유일하게 전에 가봤었던 ‘북촌‘을 지나서, 삼청동으로 연결되는 좁고 가파른 계단을 걸어 내려가니 바로 수제비 집이 나왔다. 점심시간이 좀 지나있어서 다행히 줄은 서지 않고 들어갔지만, 들어가보니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린 마침 방 안쪽 자리가 비어있어서 한적하고 조용하게 즐길 수 있었다. 정말정말 맛있었던 수제비와 감자전!!

점심 영업 시간 끝났다는 얘기에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식당에 우리밖에 안 남았었다. 😅 흐익~ 죄송~ 얼른 나와서 한적한 오후의 삼청동 거리를 걸으며 카페를 갈까 하다가, 어차피 대화하는 게 목적이니 우리 둘다 좋아하는, 마침 바로 지척에 있는 경복궁에 들어가 돌아다니며 얘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경복궁을 보기 위해 간 적은 여러번이지만, 이렇게 산책하는 장소로 가볍게 들어가보기는 처음이다. 이런 여유 맘에 든다. ^^ 정말 기분 좋다~

경복궁 걷기를 마쳐가는 중에, 윤주 남편에게 연락이 왔다. 지금 어디냐고, 저녁을 사주시겠다고!! 😃 남편과는 대학때부터 커플이었기 때문에 나도 잘 알긴 하지만, 생각도 못했다가 우리 둘다 놀랐다. 하하.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느라 피곤할텐데, 특히 의료대란이 시작된 초기라, 엊그제 밤샘 당직도 하셨다는데, 무엇보다 겉으론 무뚝뚝한(?!) 스타일이고 귀찮은 건 절대 안하는 성격인 걸 아는데, 이렇게 일부러 나와 저녁을 사주시겠다니! 감동과 감사… 🥲

똑같이 생겨먹은 우리가, 메뉴나 식당을 절대 시간내에 못 고를 것을 너무 잘 아시기에(하하!!) 음식 종류 리스트와 식당 리스트를 쭉 보내주어서, 여러 옵션중에 내가 마침내 ‘일식’을 골랐더니, 여러 식당에 전화, 예약 가능 시간과 이동거리 감안해서 결정, 예약까지 해주셨다. 너무 늦지 않아야 하고, 너무 멀지 않아야 하는 조건을 맞추려니, 당일이라 예약 가능 식당이 많지 않았지만, 여의도의 한 식당으로 정해져서 윤주와 슬슬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덕분에 국회의사당까지 구경한다 (식당이 바로 이 앞). 여의도도 잘 모르지만, 국회의사당 앞까지 와본 건 처음이지, 싶다. ㅎㅎ

만날 수 있다고 기대도 못했다가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 ^^ 우리 셋 중에 피부는 제일 좋으신 듯. 하하.

그나저나 왜 몇분도 미리 안 들여보내주나, 싶었는데…..(뒤늦게 생각해보니, 뭔 예약 시간도 칼같이 6시, 7시 이런 식으로 한시간 단위로 밖에 안받나, 예약들이 식당마다 어찌 그리 꽉 찼나, 싶은 느낌이 있긴 했었다…) 난 그냥, 평범한 일식집 – 가운데 모듬 회와 새우 튀김 🍤 ㅎㅎ + 이런저런 사이드 반찬 등을 생각했었는데, 이런! – 오마카세 식당이었다. 🍣 우리 타임에 손님은 딱 9명. No wonder.

뭐지, 이런 속은 느낌은, 근데 즐거운? 😂

회를 즐겨 찾아 먹는 편은 아니어서 (회를 먹기 시작한 지도 얼마 안되었고, 마침 양가 부모님들도 회를 안드시다 보니…) 해산물 🐟 종류도 잘 모르고, 일반 일식당에서 먹어본 경험도 많지 않아서, 오마카세는 더더욱 처음인데, 유석 오빠 덕분에 진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우리와 옆 커플 담당 셰프가 순서에 따라 눈 앞에서 만들어, 하나하나 설명해주면서 건네 주는 걸 먹는데, 와… 다 맛났다…… 😍

나온 접시가 18-19가지 정도는 되는 것 같았는데, 그 중에 몇가지만 소개. 메뉴마다 일일이 이건 뭐다, 어떻게 드시라~고 설명은 해줬지만, 들을 때부터 이미 모르는 이름이 많았기 때문에, 🤣 거의 기억하지는 못하고, 아마 아래 사진은 전복하고 고등어…? 였던가? 중간에 무슨 베이비 튜나였나,도 있어서, ‘베이비를 어떻게 따로 잡나요…?’ 라는 황당한 질문도 했다가…ㅋㅋ 아무튼 즐겁고도 맛난 경험이었다.


윤주와 종일 얘기를 하다보니, 요즘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분주하고 정신이 없을 시기였는데도, 이렇게 온종일 시간을 내어 만나고 같이 다녀준 것이 참 고마웠고, 오빠는 오빠대로 병원에서 몸과 마음이 무척 피곤한 상황인데도 선뜻 마음을 내주어 감사했다. 기대도 못했는데 얼굴 볼 수 있어서 반가웠고. ^^ 덕분에 일부러 올 일은 없던 여의도까지 밟아보고.

윤주와는 내일 다시 만날 것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헤어지고,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라 ^^;; 낮에 만나는 시간엔 같이 할 수 없어 늘 미안한 나연이와는 내일 만나 회포를 푸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