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감사합니다.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도록 택하여 불러주신 것이 요즘처럼 감사할 수가 없다. 집단적인 패닉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주변에서도 많이들 매일매일 불안해하며 걱정하는 상황속에서도 평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그야말로 이것은 억지로 노력해서 될 수도 없고,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오로지 예수님만이 주실 수 있는 것이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 14:27)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내용을 나누기가 힘들었다. 뉴욕엔 아직 확진자도 없었고, 미국 전반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다른 힘든 지역에 있는 이들에게, 평안하자, 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젠 우리 동네에도 확진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더 정확히는, 실은 그 동안도 있었지만, 이제 드러나고 있다.

하나님이 나와 우리 가족은 병에 안걸리게 해주실 것을 믿어서 평안한 것이 아니다. 보호해 주십사, 기도할 수는 있지만 (그런 기도는 잘 안하게 되긴 하지만..^^;;), 만약 그런 기도를 했는데도 병에 걸렸다, 해도 생명의 주관자는 오직 하나님이심을 알기에, 그런데 그런 하나님이 선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어떤 일들이 생길지라도, 그래서 잠시 흔들리고 고통을 겪을 수는 있을지라도,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하심, 섭리를 믿겠다고 결심해본다.

아직 어린 감이 있긴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몇번 얘기했다. 우리 가족중에 그 누구도 확진자가 될 수 있고, 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라도,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 날이 언제일지 모른다. 언젠가 하나님 앞에 서게 될 그 순간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 순간은 우리 각자 혼자서 맞이하게 된다… 아직 현실감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번 위기를 통하여, 나는 한없이 낮아지고 하나님을 더 생각하게 되는 아이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우리 교회는 지난주부터 예배후 친교식사를 잠정중단했고, 이번주부터는 주일예배, 새벽예배, 수요예배를 제외한 모든 크고 작은 모임들이 취소되었다. 뉴욕에 비상사태가 선포되면서, 정부의 시책에 협력하고 성도와 그 이웃들의 안전을 위해 정해진 것이다. 교회에 모여 예배드리지 못할 날이 올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지만, (유진은 혹시 오늘이 한동안 교회에서의 마지막 예배가 되면 어떡하나 싶어 눈물이 날것 같았단다) 마치 주일날 예배당에 모여서 예배하지 않는 것은 신사참배를 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것이라고 외치는, 정말 같은 기독교인으로서도 여러모로 의구심이 생기는 주장을 하지 않고 (평소에도 십자가 복음만을 외쳤던 교회가 그런다면 또 모를까), 오히려 각자 가정에서 예배를 잘 드릴 수 있도록 백업플랜을 준비하고 계시는 목사님들과 담당자 분들이 참으로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단순히 인터넷으로 예배영상을 내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배순서를 자세히 적어서 배부할테니 가능하면 아빠나 엄마가 직접 예배를 인도해서 가정예배를 드려보라고 권하시는 목사님의 말씀이 참으로 뜻깊게 다가왔다.

그리고 참된 예배자는 산에서도,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는 자라는 말씀, 또한 일상 및 이웃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이렇게 살아야한다는 말씀, 고통당하는 이웃을 위해 중보하고 돕는 실천을 하는 것이 진정한 예배자라는 말씀이 크게 다가왔다. 결국 예배는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인데, 이렇게 교회에서 다같이 드리는 예배가 제한될 경우, 내 상태가 어떻게 될지, 이번이 살펴볼 기회도 될 것이다.

사회적으로 많은 활동과 모임들이 취소되다보니 집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우리야 워낙 가족끼리 붙어지내는 편이고, 아이들이 밖에서 하는 것도 별로 많지는 않아서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지만, 만약 조만간 유진이 재택근무를 하게 된다면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재택근무로 전환중이니) 집이 낮에도 벅시글해질 듯 하다. 부부가 집에서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중국 어딘가에는 이혼이 늘었다는 씁쓸한 뉴스도 얼핏 봤는데, 이번 기회에, 평소 바빠 잘 못가졌던 가족끼리의 시간들도 갖고, 무엇보다,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전지전능한 창조주 하나님께 돌아오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직 유니, 대니 학교는 정상 운영되고 있지만 (우선적으로 3월달 필드 트립만 취소), 일단 언니가 집에 있고, 뭔가 분위기가 계속 뒤숭숭하다보니, 마치 방학인 것 같은 분위기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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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웨이 앞에서 대니가 혼자 농구를 하고 있는데, 중학교 간 이후로는 같이 놀지 않던 앞집 아이가 놀러와서 같이 농구를 한다.  하하. 보기 좋네.

IMG_0885D두 자매가 사이좋게 테디와 데이지를 씻기고 있다. 왜 옷입고 하냐고 뭐라 했지만, 덕분에 사진촬영은 가능해졌네. ㅎㅎ

한참 세우고 있던 여름 방학 여행계획들, 9월에 예정되어 있는 계획 등등이 모두 불확실해졌다… 모든 것을 걸었던 올림픽을 취소해야할 지도 모르는 일본에 비하면, 우리 사정은 좀 나은 것이겠지. ^^;;  내일 걱정은 내일 하고, 오늘 하루, 일상속에서 기도하고 말씀읽는 훈련에 집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