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하와이에서 유진과 둘이서만 Maui 섬을 1박으로 다녀왔을 때, 하나로드 Road to Hana 라는 길을 드라이브했었다. 마우이 섬의 꼬불꼬불한 동쪽 해안을 쭉 달리는 것인데, 별로 개발을 하지 않고 청정지역으로 놔둔 곳이라, 길도 좁고 울퉁불퉁하며, 한번에 한차밖에 못지나가는 작은 다리도 많아 운전하기는 편치 않은 길이지만, 코너를 돌때마다 절경이 보일 때가 많아 정말 인상적인 드라이브였다. 또하고 싶은.

The legendary road to Hana is only 52 miles from Kahului, however the drive can take anywhere from two to four hours to complete since it’s fraught with narrow one-lane bridges, hairpin turns and incredible island views. The Hana Highway (HI-360) has 620 curves and 59 bridges. (구글하다 발견)

두시간 넘는 길임에도, 어차피 갈래길 거의 없는 한길이라 따로 GPS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드라이빙 안내를 해주는 좋은 app이 있다는 것을 유진이 알아내어, $5인가를 주고 산 ‘Road to Hana GyPSy Driving Tour’를 들으며 갔는데, 없었다면 만족도가 반 이상 떨어졌을 것이다. (사실 안샀으면 얼마나 좋은 지도 몰랐을 것이고…여전히 만족했을 테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app을 샀기에 만족도가 배 이상 컸다!) 모든 코너마다 차를 세우면 하루도 모자랄 그 길에서 스탑하기 좀 더 좋은 곳을 알려주고, 어디서 화장실을 가야 하는지,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지, 여러가지 유용한 팁을 많이 주었지만, 더 좋았던 것은, 중간중간에 하와이의 역사에 대해 들려주었다는 점이다. 녹음한 목소리도 참 편안하니 맘에 들고, 마치 사람좋은 아저씨에게 직접 스토리텔링을 듣는 것 같은 느낌으로 드라이빙 하는 동안 하와이 역사를 짧게 나마 배울 수 있었다. 몰랐던 것도 정말 많았지만, 굉장히 흥미롭기까지!

하와이 원주민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깊이 생각해본 적 없기에 그저 넓은 미국땅의 한 주이니, 예전 아메리칸 인디언처럼 그쪽 동네에 살고 있던 미국 선조의 한 파트려니….막연한 생각뿐이었는데,  미국의 한 주로 편입된 것은 1959년이고, 1795년부터 1893년까지는 어떤 왕국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천년도 전에 폴리네시안들이 새로운 곳을 찾으며 항해를 하다 하와이를 발견해 이주해 살기 시작했다는 것, 등등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았고, 특히 짧지만 왕국 기간동안 왕들이 있었고, 선교사들과 서구 열방의 영향 을 받았다는 점도 (좋게든 나쁘게든) 알게 되었다.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뉴욕에 돌아오면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었는데, 생각했다~ 잊었다~를 반복하다가…. 보통 이러다보면 어떤 관심이었던 간에 아예 잊어버리게 되는 나의 요즘인데, 짧은 스토리를 통해 내 머릿속에 생긴, 이 하와이 왕국에 대한 이미지가 어찌나 강렬했던지 1년이 거의 다 되가는 요즘까지도 잊히질 않아, 드디어 얼마전 도서관에서 책을 검색해봤다.

책이 생각보다 별로 없고, 있다 해도 수십년전에 발행된 책들이었지만, 그 중 그래도 읽을 수 있겠다 싶은 두 권을 빌렸다. 먼저 읽기 시작한 왼쪽의 책은 하와이의 역사를 짧게 썸머리해 놓았는데 간단히 훑기에 상당히 괜찮고, 도움이 된다. 영어도 그리 어렵게 쓰여있지 않아 중도 하차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오른쪽 책은 하와이 왕국에 대해 자세히 쓰인 교과서같은 책이다. (1938년에 쓰여지고, 하와이 대학에서 출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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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수록 신기하다. 사놓고 못읽고 있는 책도 많고, 빌려놓은 책도 (못 읽으면서도 여전히 빌리는 이유는 무언지..ㅡ,.ㅡ) 있지만 여전히 책 읽는 짬 내기가 쉽지 않은데, 이 하와이 책은 읽게 된다. 왼쪽 책은 얇은 편이라 가능했던 건지…오른쪽 책도 읽고 싶은데, 얼마나 걸릴란가 모르겠다. 대학 교과서처럼 두꺼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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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디비디로 출시된 만화영화 를 iTunes에서 구입해 가족 다같이 보았다.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내가 읽은 내용들이랑 오버랩되면서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내 깊은 뿌리 속에도 폴리네시안의 피가 흐르나…? 어릴적부터 물만 보면 좋아하고, 북소리와 원주민 노래 소리에 흥분이 되고, 막 어태치가 되는 느낌, 게다가 요즘은 역사까지 궁금…이거 뭐지???? ㅎㅎ